S는 나에게 집수리를 맡긴 경제학자다. 젊은 나이에 비해 사고방식은 전형적인 아날로그 스타일이어서 웬만한 거리는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출퇴근을 했다. 그 덕인지 북촌, 성북동, 명륜동 일대를 훤하게 꿰고있었다. 걷는걸 좋아하긴 나도 마찬가지여서 S집의 설계에 대한 이야기도 걸으면서 했고 점심을 먹거나 술을 마시러 갈 때도 걸을만한 거리에서 장소를 찾았다. 서로 다른 점이 있다면 난 그냥 걸었던 반면 그는 매일같이 루트를 달리하며 걷는 부근의 부동산을 분석했다는 것이다.
“저기 보이는 저 집요. 얼마면 살 것 같아요?”
“갈매기처럼 생긴 집?”

건축가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면 의외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의례 자신이 설계한 주택에서 살거라고 생각해서다. 나도 한땐 북한산 언저리의 집들을 찾아다닌 적이 있었는데 맘에 드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어쩌다 물건이 있어도 집을 지을 수가 없는 곳이거나, 덩치가 커 능력을 초과했다. 그런 곳을 보고 온 날이면 곧 이사라도 갈 것처럼 기대감으로 잔뜩 부풀어 있다가 뒤늦게야 현실을 알고나면 이만저만 속이 상한게 아니어서 어느 때 부턴가 땅을 보러 가는 것을 포기하고 살았다.
“일억이면 삽니다.”
“집 전부를?”

산꼭대기였고, 얼굴만 넓을 뿐 앞뒤 폭이 좁은 모양이었지만 그래도 4층건물이서 그게 되나 싶었는데, 얼마 후 S는 세밀한 분석결과를 다시 내놨다.
“문제는 소장님이 얼만큼의 면적을 쓸 것인가 인데요…..”
“내가 살 집은 한 층이면 되요. 저기 살구나무 있는 꼭대기.”
“지하, 1, 2층에 깔고있는 보증금이 있으니 현금 일억만 있으면 살 수 있습니다. 등기비, 세금 다 해야 이천, 현재 사시는 집을 팔면 그 돈으로 집을 수리하고도 남습니다.“

 

  • Project Type House
  • Project Year 2016
  • Location Seoul, South Korea
  • Area 37.0 sqm